"용건 없는 전화는 자주 고역이었다."

문 문안 인사는 늘 같았다. 엄마?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이 짧은 전화 문답을 아빠가 돌아가신 2010년 여름부터 주5일을 해왔다. 주말은 쉬었다. 이것도 나름 일처럼 힘들어서. 용건 없는 전화는 자주 고역이었다. 그래도 계속 했다. 할 말은 없어도 엄마의 안녕을 확인해야 그 날의 일이 끝나는 느낌이었다. 지지금도 매일 전화를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전화가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아 주말에도 전화를 하고, 엄마도 산에 오르며 심심할 때 전화를 걸어온다는 거다. 우리에겐 전화 주제가 생겼다. 나는 엄마의 혈압과 혈당을 묻고 엄마는 나와 함께 사는 개가 약은 잘 먹는지 묻는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통화는 더이상 숙제가 아니다. 안안정적이다, 엄마의 혈압도 우리 개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나는 스스로 만든 걱정 지옥 속으로 들어가곤 하지만, 그녀를 만난 후 좀 더 의연해졌다. 괜히 믿는 구석이 생겼달까. 남 얘기 잘 들어주고 남 고민도 잘 해결해주지만 정작 내 걱정은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데, 그녀에겐 말이 좀 편하게 나와 신기했다. 엄마 혈압 얘기, 우리 개 토하는 얘기로 시작한 DM이 산으로 가서 낄낄거린 게 몇 번이더라. 설마 나만 재밌었던 건 아니겠지. 브브로콜리약국을 알기 전에 <무탈한 오늘>을 알았다. 좋은 글이었지만 나는 글과 저자는 다른 것도 알고 글과 사람의 괴리에 환멸도 쌓여 있었다. 그래서이 책의 저자가 (내가 혼자) 좋아하는 민짱의 언니이자 브로콜리약국의 주인약사임을 알았을 때 망설였다. 혹시 실망할까 봐. 좋은 책의 인상까지 구겨질까 봐. 로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른다. <무탈한 오늘>에서 진지했던 저자는 브로콜리약국에선 폭탄파마머리의 유쾌한 이웃 약사의 보법을 썼다. 서양 학문인 약학을 전공하고도 한의학과 한약에도 관심이 있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고 병원에 가도 이렇다할 괘가 없는 증상에 귀를 기울여주는 게 좋아보였다. 콜콜대원, 타이레놀, 활명수를 사러 가고 처방전 약이나 받으러 가던 삭막한 약국이 이렇게 소소하게 재밌고 뭉근히 따뜻한 공간이 될 수도 있구나. 그 분위기가 좋아 괜히 인스타에 더 놀러가고 와이파이 없는 집에서 데이터 그러모아 라방도 보고 그랬다.(인스타 라방 본 건 브로콜리약국이 처음이다) 리리본 묶은 깔끔한 포장의 택배를 기대하면 안 된다. 아니 이런 상자에 이런 약을? 싶을 정도일 때도 있다. 덕분에 모르는 약과 건기식 상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택배 포장값 아껴 비둘기 먹이도 주고 여기저기 아픈 동물들 치료비에도 보태고 한다는데, 그 돈이 얼마나 되겠나. 또 브로콜리약국 주머니 축나는 거지. 약약 살 때가 됐다. 엄마 약도 사야하고 우리 개 약도 사야 한다. 브로콜리약국을 알게 된 건 다행이다. 덕분에 엄마와 딸의 대화엔 윤기가 돈다. 받은 것에 비해 더 잘하는 자식이라 자부했는데 엄마 약 사드리는 최근 몇 년은 엄마가 정말 좋아하신다. 뭘 사드려도 시큰둥하고 트집부터 잡는 울 엄마, 브로콜리약국 꾸러미 앞에선 그런 게 없다. 국국으로 드시기만 하면 좋은데 잔소리에 손사레에 때로 짜증도 날린다. 비싼 거 안 먹어도 된다 소리도 늘 하지만, 약 참 좋다, 컨디션이 다르다 소리도 그만큼 한다. 하필 내 인생에서 제일 돈 못 벌고 있는 시기에 브로콜리약국을 알게 된 건 좀 아쉽다. 가끔 후회한다. 그 시절, 술로 바꿔먹은 돈을 지금 브로콜리 샘의 비책 처방으로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만만만치 않은 세상, 여기저기 긁히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정함을 잃고 싶지 않다. 다른 곳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상관없는 사람들과 동물들에 대한 다정함까지 거둬들이면 안 된다고, 다정할 수 있을 때 힘껏 다정하자고 자주 다짐한다. 브로콜리약국의 꾸러미는 내가 그들에게 주는 다정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세세상에, 이렇게 긴 글 쓰는 게 얼마만이야. 아무튼 엄마도 내 개도 오늘도 무탈하다. 그거면 됐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서 찾고 불행은 거창한 것에서 찾자. 일단 뭐라도 되어 또 약을 사보자. 글쓴이 : 엄마의딸우리개이모

BROCCOLI PHARM

LOG IN 로그인
  • 상담하기
    • 결제하기
      • 브로콜리밭

        BROCCOLI PHARM

        • 상담하기
          • 결제하기
            • 브로콜리밭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BROCCOLI PHARM

              BROCCOLI PHARM

              • 상담하기
                • 결제하기
                  • 브로콜리밭
                    Search 검색
                    Log In 로그인
                    Cart 장바구니

                    BROCCOLI PHARM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사업자정보확인

                    상호: 브로콜리약국 | 대표: 신연정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신연정 | 전화: 033-731-1030 | 이메일: broccolipharm@gmail.com

                    주소: 강원도 원주시 양지로50 103호 | 사업자등록번호: 162-62-00801 | 통신판매: 2024-강원원주-01839 | 호스팅제공자: (주)식스샵

                    floating-button-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