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덥고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네요 ㅎ그래서 포기하고 요즘 제 기분을 담담히 적어볼까 해요 사실 요즘 뭔가에 갇혀버린 기분이랄까 많이 갑갑한 느낌이에요징징대는 소리로 들릴까 싶어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있었는데요오늘은 좀 내려놓아 볼게요. 2년 전 만우절, 원정대 출발을 얼마 앞두지 않았을 때언니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저는 부모님이 늘 싸우는 가정에서 자랐고언니는 언젠가부터 가족들에게 마음을 닫아서 저랑도 연락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저는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어요아빠가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를 시도했고 그걸 엄마가 발견해서 119를 불렀다고 했어요병원으로 옮겨서 수술을 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엄마가 많이 놀랬으니 집에 가보라고.. 지금도 떠올리면 머리가 멍하고 마음이 복잡해져요..안쓰러움과 원망이 뒤섞여 분노가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되기도 해요..가족들의 보살핌으로 아빠는 회복을 했지만여전히 남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와 말투는 반복이 되었고그 일이 있기 전보다 모두의 관계는 더 악화되었죠 요즘도 아빠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그동안 죽으려고 이런이런 방법을 택해 왔다거나지금 먹고 있는 모든 약을 끊어서 모든 것을 끝낼 테니 장례를 이렇게 저렇게 치러달라고 해요엄마는 그런 아빠와 지내며 스트레스를 받으니 저에게 아빠의 흉을 보고응어리가 맺힌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구요저는 이 모든 것이 너무 폭력처럼 느껴졌어요.. 내 나이가 50을 향해 가는데 아직도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야 하는 게 믿기지 않고내가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감싸기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게 서글프고마음 같아서는 모두와 연을 끊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현실도피였을지도 모르겠어요달리면 생각이 멈출 수 있으니까 무작정 나가서 달렸던 것 같아요못할 것 같았는데 약사님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져서달릴 수 있는 제 자신이 신기했어요30초, 1분, 5분 그렇게 늘려나가다 5키로를 달리게 되었을 때 우습지만 약간 눈물이 났어요나에게 잘했다 칭찬해 줄 수 있는 게 생겨서 기분 좋았어요10키로는 어렵겠지 싶었는데 우려와 달리 잘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때는다음 날 별로 피곤하지 않은 제 몸이 낯설기까지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하프는 무리지라고 생각했는데남편에게 이끌려 나간 대회에서는 물론 힘들긴 했지만놀랄 만큼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어요저와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하고 싶었던 남편의 바램은 1도 모른 채저는 관종처럼 막 하늘을 향해 혼자 만세를 외치며 들어왔다는 거… ^^ 아직까지 풀마라톤은 저와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지만아주 조금은 제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 지기도 해요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제가 약사님에게풀마라톤 완주 메달 사진을 보내며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그 때쯤이면제 마음에 가득한 어두운 기운과 나쁜 생각들도 좀 사라져 있길 바래요. 요즘은 잠이 얕아지고 눈이 뻑뻑하고 많이 무기력하기도 해요예전 같았으면 왜 이럴까 하면서 미련하게 그냥 참고 지나쳤을텐데이제는 나를 잘 챙겨줘야지잘 쉬어주고 잘 먹여주고 아껴줘야지 생각하게 되었어요그게 약사님을 만나기 전과 후의 변화인 것 같아요 아직은 6월의 이 더위가 힘든 몸이지만이젠 밥 먹다 눕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컨디션이 떨어지면 가지고 있는 약들을 착착 꺼내어 먹는 지혜(?)도 생겼답니다 ㅎ이 나이가 되어 내 불행을 부모 탓으로 돌리는바보 같은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부디 이 시간들을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약사님의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멀리서나마 응원하는 OO 드림